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 1905-1990)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목수(woodworker)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과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초 한 잡지에서 그의 작품(아래 보이는 의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그의 작품에, 그리고 무엇보다 목공일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작년 3월 그의 전시회가 열린다기에, 모처럼 휴가를 내어
찾았습니다. 미국활엽수수출협회(American Hardwoode Export Council)에서 그의 딸인 미라 나카시마를 초대한 세미나에도 참석, 그의 가구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4월부터 바로 목동에 있는 한 목공소에서 주말마다 목공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출장이 없는 한 빠지지 않고, 나가서 톱질에서, 대패질, 끌질 등을 배우는 작업이 어느새 이제 1년이 되어갑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몰랐지만, 목공일을 배우면 배울수록, 더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는 나무를 매만지고, 작품 디자인을 하고, 1mm의 오차없이 나무를 잘라내고, 대패질을 통해 거친 나무를 매끈하게 만들어내고...하는 작업을 하면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그동안 목공일을 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 Original: 원목으로 가구를 만들면, 일반 가구점에서 보는 합판으로 만든 가구를 쓰기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나무가 숨을 쉬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그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이지요. 습기를 빨아들이고 내뿜으며, 나무의 길이도 늘어나고 줄어들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더 불편할 수 있지요. 합판은 프라스틱이나 철재 가구처럼 변형이 되지 않지만, 원목 가구는 조금씩 변형이 있게 마련이고, 또 이를 고려하여 만들지요.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변형이 더 매력적입니다.
. Create, Creative: 작품 하나를 구상하는데에만 짧게는 몇 주에서 때로는 한 두달이 걸립니다. 평범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하고, 그러자니 이런 저런 상상을 많이하고, 또 이를 어설프게 스케치로 옮겨 놓습니다. 스케치가 완성이 되면, 오차없이 꼼꼼하게 설계 도면을 그려야 하지요. 설계 도면을 꼼꼼하게 잘 그려놓으면, 나중에 작업이 훨씬 수월합니다. PR을 하거나, 무슨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작업 중에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설계도를 변경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 Slow: 보통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한 3개월 됩니다. 아무래도 주말 토요일시간을 활용하다보니 그렇기도 하지만, 굳이 서둘러 만들 필요가 없이 느긋하게 만드는 편입니다. 목공을 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우는 것 중의 하나는 "차분함"입니다. 원래 성격이 급하기도 하지만, 목공에서 "급하게" 했다가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느린 것의 미학"을 배우게 됩니다. 늘 "빨리빨리" 스피드를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목공은 저에게 더 균형잡힌 인생에 대한 시각을 가르쳐줍니다.
. Thinking about my audience: 지금까지 책상, 의자, 서류함, CD장 등 몇 가지 작품을 만들었는데, 가족과 친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직 제가 가지고 있는 제 작품은 하나도 없지요. 하지만, 작품을 만들면서 이를 쓸 사람을 삼개월여 생각하면서 만드는 과정은 진정한 기쁨입니다. 물론, 제 작품을 좋아하고 아껴줄 사람들에게만 주었지만, 그들이 제가 만든 가구를 쓰면서 느낄 행복감을 생각하면, 제 기쁨은 두 배, 세 배가 됩니다.
. Only wood: 가구를 만들 때, 철재 못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나무로만 만들지요. 쇠가 주는 금속성, 차가움보다는 나무의 따뜻함을 더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 (Sometimes) destroy!: 도자기를 만들어 가마에서 굽고 나서, 최종 단계에서 많은 도자기들을 망치로 깨는 것을 보면서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왠만하면 써도 될텐데... 얼마전 형 생일을 맞아 서류함을 만들었습니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려 만들고 최종 조립단계에서 그만 모두 부수어내고, 다시 만든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보니 "왠만한 것"을 작품이라고 만든다는 것이 용서가 되지 않더군요...
이 자리를 빌어 제 작품 하나를 소개하지요. 지금까지 만든 작품중, 가장 비싼 나무로:) 만든 작품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머니께 드리려고 만든 것이지요. 물론, 지금은 어머니 보물 리스트 중 하나로 올라 있습니다. 큰 맘 먹고 Oak나무를 사다가 만들었습니다(나무값이 정말로 비쌌습니다...). 나무를 요철 모양으로 잘라내어 붙였고, 물론, 못 하나 쓰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천연페인트라 페인트통에 코를 들이대고 있어도 머리 아픈 것 하나 없습니다. 상판과 다리에는 antique oil로 처리를 했지요. 상판과 다리 등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특색을 주어 만들었습니다. 작년 12월 23일. 이 책상을 제 지프차에 싣고 부모님댁으로 향할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구를 직접 만들며 좋은 것 또 한 가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을 창조해나간다는 기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좋은 것. 목공일을 하다가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입니다. 노동의 기쁨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낍니다.
목수로서의 제 삶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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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글 중 가장 재미있고 와닿는 내용입니다. 진짜 블로거가 되셨네요.. ^^*
2007/03/28 00:31Jerry, 그런가요? ㅎㅎ. 감사.
2007/03/28 13:04우아~ 멋진 작품이네요. 노동 후에 먹는 점심은 꿀맛이죠.. 저도 느리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7/03/29 11:55아니 그 젊은 나이에 벌써 느리게 살기를?
좋은 사색입니다.
2007/03/29 20:55요즘 목공예를 배우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약간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참, 몇달 전엔가 독일에서 가장 매력적인 직업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설문조사에서 1위가 목수였다고 하더라고 하던데, 혹시 아시는지?ㅎㅎ
2007/08/04 18:16아. 정말이요? 하긴, 제가 다니는 목공소는 독일의 유명한 하드웨어 회사인 Hafele에서 프랜차이즈로 하는 곳이니까요... 대부분 알아주는 목공기계들은 모두 독일제이지요. 대패나 끌 등의 손으로 사용하는 도구들은 일제들이 많답니다.
2007/08/04 18:48안녕하세요. 조지 나카시마라는 분을 검색하다가 이곳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와~ 가구를 만드시는 일을 배우시는군요^^ 저도 가구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무엇보다 나무를 참 좋아합니다. 가구를 만드시면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셨다는 말씀을 듣고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저도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것을 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이 급하거나 대충해버리면 빵과 케이크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하게 되는데 그럴때 저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느림의 미학을 조금이나마 배워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07/12/28 10:12목동에서 가구만드는 것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었군요. 저도 정말로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배우시는 곳을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부탁드립니다. 워낙 가구 배우는 곳이 우리나라에서 드물어서요. 정보를 구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꼭 가르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안녕히계세요.
반갑습니다. 빵과 케이크를 만드신다니, 부럽네요. 저도 언젠가 배우고 싶은 곳이거든요. 제가 배우는 곳은 헤펠레입니다. diyhafele.co.kr로 들어가시면, 지역별로 목공학교를 보실 수 있습니다. 좋은 경험되시길 바랍니다.
2007/12/29 00:34일이 있어서 답글 주신 것 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목공일 배울 수 있는 곳을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7/12/31 22:30새해에는 목공으로 또 다른 의미있는 경험하시길!
2008/01/01 06:27호님... 사진이 안보입니다. 링크가 깨졌나봐요. 작품을 보여주세요.. ㅡ.ㅜ
2008/01/04 10:52죄송합니다. 컴퓨터에 찾아보니,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 놓은게 없네요. 우선, 하나 올려 놓습니다. 다음 번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 놓아야 하겠습니다.
2008/01/05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