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의 분류를 보면 NextPR 부분에 실린 글이 40개를 넘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PR의 미래에 대한 나의 고민이 최근 몇 개월간 많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PR의 미래가 나의 직업적 미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더욱 고민은 깊었다.

예전에는 거의 읽지 않던 미래학 서적을 최근에는 큰 관심을 갖고 읽어왔고, 미래의 시나리오 속에서 PR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PR의 미래를 그리려 노력한다는 것은 PR에서 어떤 분야가 '뜰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는 포커스가 다르다.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환경변화에 따라 PR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그리고 PR은 능동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것이 고민의 중심에 서있다. 무엇이 '뜰 것인가'의 문제는 부산물로 따라올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 변화를 예측 한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밑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벽은 PR의 새로운 정의에 대한 것이다. 다소 철학적일 수 있고, 돈 버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 피해가려고 해도, 이 질문은 계속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지 소로스의 예에서와 같은 상황을 접할 때, 이러한 질문은 더욱 나를 괴롭힌다. 예를 들어,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Soros: "I'm not doing my philanthropic work, out of any kind of guilt, or any need to create good public relations. I'm doing it because I can afford to do it, and I believe in it."

Hoh: "Soros씨, PR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게 아닙니다... 그렇게 쓰면, PR하는 사람으로서, 좀 기분이 상하네요..."

Soros: "Do you? Then, what's your definition of public relations, Hoh?"

Hoh: "......"


지난 번 PR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면서도, PR과 인문학, 그리고 통섭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 (설사, 중간 결론이라 하더라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앞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할 분야에 대해 보다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최근 사회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PR적인 시각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그동안 반추하던 새로운 PR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 고민 끝이라 그랬을까? 대화를 통해 머릿 속에서 아래와 같이 정리가 되었고, 웨이트리스에게 종이와 펜을 부탁해 적고는, 예약했던 영화마저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릿 속에 정리된 것을 좀 더 다듬기 위해서였다. PR에 대한 나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PR = Leadership Communication(LC)

LC as 'New' PR = f(word, action) = 言行一致



1. PR의 일반 정의: 우선 '새로운' PR을 정의하기 앞서, PR을 일반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나는 PR = Leadership Communication(LC)로 보았다. PR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리더십을 확보'하는 행위인 것이다. 예를 들어

MPR =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브랜드의 리더십을 창출하는 것
PI =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CEO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
위기관리 PR = 위기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조직의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2. 환경의 변화: Web 2.0의 시대에 내가 주목하는 환경의 변화는 투명성(transparency)이다. 내가 이해하는 투명성은 윤리덕목으로서의 것이라기 보다는, 쉽게 말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거벗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투명성이다. 따라서, web 2.0시대에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선택에서 필수 덕목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3. PR의 새로운 정의: 그런데, web 2.0으로 대변되는 환경 변화 속에서는 'PR은 Leadership Communication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Leadership Communication으로서 PR을 정의한다고 할 때, 그렇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이다.

위의 1번에서 PR의 일반 정의를 LC로 표현했을 때, 사실상, 그동안 PR은 LC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오지 못했다. 적어도 소로스의 'text'에서도 볼 수 있듯이(이는 그동안 일상적인 perception의 예이기도 하다. '자기자랑'으로 보통 해석되는 PR, 혹은 'P할건 P하고, R릴건 R린다'라는 자조적인 말에서 나오는 '뻥튀기'로서의 PR...), PR은 진정한 LC로서의 인식, 그리고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해왔다.

4. 言(Word) vs. 行(Action): 나는 PR의 새로운 정의가 LC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New' PR로서의 LC는 바로 f(word, action), 즉, 言行一致라는 점이다.

그동안 PR은 言이 많이 앞서왔다. (또한 그런 '대접'을 받아왔다)

투명성의 시대, PR은 言과 行을 어떻게 일치시키는가,라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言과 行의 관계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 言 --> 行: Message(言)를 먼저 이야기하고, 이에 따르는 'Sustainable Event'(行)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의 비전과 철학을 수립하여 공표한 후, 그에 따르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한킴벌리의 <푸르게푸르게>와 같은 것이 sustainable event의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혹은,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라는 발표 후, 이에 따르는 가시적이면서도 지속적인 action plan을 action implementation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行 --> 言: 이는 보다 일반적으로 PR을 실행해 가는데에서 중요해질 상황이다. 한 조직이나 브랜드의 PR 메시지(言)를 만들어가는데에 있어, 실질적으로 그 조직이 해온 기업의 행위나 브랜드의 퍼포먼스(行)에 기반하여, 실제로 벌어진 기업/브랜드의 현상을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보도자료나 인터뷰 등의 홍보활동에서는 이와 같은 원칙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위에서 보는 두 가지 형태에서는 결국, 言 vs. 行의 비율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가 중요한 사회적 평가 요소가 될 것이며, 이상적으로는 PR의 성공척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言과 行의 비중을 놓고 보면: i) 言>行; ii) 言<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PR을 promotion(장점 부각의 PR)과 protection(이슈나 위기관리 PR)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볼 때, 그 동안의 일반적인 PR technique/reality는 promotion의 상황에서는 言 > 行, protection의 경우에는 言 < 行이 있어왔다. 그리고 때때로 言>行의 PR은 '과장'의 문제를, 言<行의 경우는 '축소나 은폐'의 논란을 가져왔다.

기업의 비밀 유지가 점차 어려워지고, '벌거벗고 사업할 수 밖에 없는' web 2.0의 시대에는, 이 두 가지의 논란 발생 빈도가 '때때로'에서 '자주'로 변해가게 될 것이다. (왜 그럴 것일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논의하도록 한다) 

따라서, 이런 투명성의 시대에는 결국 어떻게(how) 言(words) = 行(actions)을 만들어 낼 것인가, 라는 것이 PR의 중요한 패러다임이자 평가의 잣대로서 더욱 엄격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에는 이상적인 잣대였던 것이 점차 현실의 잣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러한 현실의 잣대 중의 하나는 블로거(기업의 내, 외부에 위치할 수 있는)의 반응이 될 것이다.

5. 다가올 용어의 도전:

Leadership Communication as 'New' PR = f(word, action) = 言行一致

다가 올 '새로운' PR을 '별로 새로울 것 없는' 言行一致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해 놓고 보니, 과연 앞으로도 '홍보'라는 용어가 적절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름은 대상을 지시한다. 대상은 그 지시체다'라고 말함으로써 세계와 언어의 최종적이고 근본적인 대응관계를 확정했다. 다시 말해 언어의 본질적인 기능은 사태를 기술하거나 사태의 존재인 사실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번 'PR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나를 초대했던 한국외대 철학과의 윤성우 교수님이 지은 <생각하고 토론하는 서양철학 이야기 4: 현대-이성의 이면과 사유의 다양성>이라는 쉽고 재미난 철학책의 30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이고, 본 블로그 토픽에 적절한 인용이 될지에 대해 짤막하게 나마 전화로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꼭 잘생긴 비트겐슈타인의 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홍보'라는 용어가 새로운 PR의 역할, 그리고 다가오는 PR의 현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Public Relations라는 용어는 '홍보'보다는 더 적절한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내 블로그의 Next PR이 Current PR이 되는 때를 기대반, 불안반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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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민아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블로그에 김호님의 소식을 전한 내용이 있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뮈 내용중에 미래학 서적을 자주 찾게 되는 것도 새로운 일에 하나인지요.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예전에 뵈었던 것처럼 차후에도 또 다시 뵙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2007/05/25 11:19
    • 김호  수정/삭제

      미래학에 대한 관심과 PR을 연결시켜 보는 작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계획은 이제 6월부터 반 년간의 휴식 기간에 잡힐 것 같구요. 한 번 뵈었지만, 나중에 또 뵐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7/05/25 14:38
  2. 전명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하면서 연구하는 김호사장의 열정은 누구의 것보다 더 강한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2007/05/25 16:19
    • 김호  수정/삭제

      회장님. 이렇게 늘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7/05/25 17:51
  3. 정용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홍보인들 각자가 가지는 PR에 대한 다양한 definition들을 구경하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마치 마네, 피카소...램브란트의 서로 다른 그림들을 쭉 감상하는 기분이랄까요...호선배의 definition도 기분좋게 미소지으면서 감상하고 갑니다.^^

    2007/05/26 09:41
    • 김호  수정/삭제

      크... 마네, 피카소...PR을 하면서 그들처럼 세상에 아름다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 그림(?) 감상해주셔서 감사!

      2007/05/27 02:18
  4. 쥬니캡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며칠전에는 블로그를 통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외국애들이 연구한게 있나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아직 그런 개념은 없는거 같드라고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공중들이 감동 혹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리더의 언행이 일치한 경우라고 생각할때 상기 PR 개념 정의는 매우 적절하다 생각합니다! 투명성과 신뢰관계 두 단어가 아주 중요한 키워드들 중 부각되는 단어가 되리라 생각도 들고요. 여튼 저도 몇자 적어봅니다요!

    2007/05/27 01:21
    • 김호  수정/삭제

      혹시. 외국 어른들이 연구한 것도 검색해봤어요? (썰렁~)
      투명성과 신뢰관계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점에 저도 동감입니다. 휴가는 잘 보내고 있는지?!

      2007/05/2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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